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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대한항공의 경유지 경민대? KB손해보험 vs 대한항공(3월30일)

contentory-1 2025. 3. 30. 08:31

경민대를 다시 찾은 ‘옐로 스타즈.’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도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최종전(3차전)을 치릅니다. 시리즈의 참맛은 역시 ‘일리미네이션 매치’죠. 오늘 이기면 챔프 도전길로, 진다면 다음 시즌을 준비하러 떠나야 합니다.

# 챔프전 문을 여는 열쇠: 정지석의 서브, 러셀의 생산성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대한항공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했던 그 때 그모습을 보여줬습니다. 3차전 승리를 향한 해법도 찾았습니다. 키 플레이어는 정지석입니다. 2차전을 중계한 최태웅 해설위원은 “정지석의 서브가 살아나니까 팀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서브에 대한 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지석은 2차전에서 8득점을 했습니다. 절대 수치는 작지만 서브에서 범실을 크게 줄이고 유효서브를 성공시키면서 상대 리시브를 무너뜨린게 주효했죠.

미국 국가대표팀 일원인 카일 러셀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대한항공에 지각 합류했습니다. 기존 외국인선수 요스바니가 부상으로 떠난 자리를 대신했죠. 실전에 나서기까지 대한항공의 베테랑 세터진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1차전에서도 다소 아쉬웠죠. 2차전에선 확 달라졌습니다. 대한항공 시스템에 완전히 녹아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러셀은 2차전 공격 점유율 38%를 가져갔습니다. 눈에 띈 건 ‘공격성공률’입니다. 54%까지 치솟았습니다. 그의 특장점인 ‘서브득점’도 4점이나 터졌습니다. 러셀 신장은 2미터5센치미터로 키가 큰 공격수 입니다. KB주포 안드레스 비예나(194cm)와 10cm넘게 차이가 나죠. 이날 러셀은 상대 블로킹 위에서 공격을 꽂아넣었습니다. 유광우 세터가 러셀이 공격할 수 있는 이상적인 높이로 토스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유광우 세터와 러셀의 콤비네이션이 3차전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요. 3차전 필승 해법이 될텐데요.

PS: 게임이 끝난 뒤 러셀은 대한항공과 다음 시즌 재계약이 유력하단 후속 보도가 나왔습니다. 구단은 러셀이 팀 시스템에 적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나봅니다.

# ‘Home. Sweet Home’

2차전 KB손해보험은 ’졸전‘을 펼쳤습니다.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3세트 막판을 제외하곤 접전을 펼친 구간도 없었죠. 선수 모두 몸이 무거워보였습니다. 비예나는 14득점에 그치면서 앞선 게임에서 보여준 폭발력을 잠시 잃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세상 가장 포근한 홈코트 ‘경민대 체육관’으로 돌아갑니다. 석진욱 해설위원은 “경민대에서 게임을 치른 선수들은 하나같이 ‘경민대에선 이상하게 서브가 잘 안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체육관과 미세하게 다른 코트바닥 탄성, 코트 시야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하지만 KB선수들은 유독 이 곳에서 펄펄 날고 있습니다. 12게임 치른 성적이 10승 2패, 8할입니다.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과의 ‘일리미네이션 매치’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2022년 챔프전 최종전 5세트에서 단 1점을 남긴 상황을 넘지 못하고 챔피언 자리를 뺐겼죠.

오늘 설욕을 위해선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비예나-나경복의 공격 듀오의 플레이를 받칠 수 있는 ‘변수’를 찾아야 합니다. 키 플레이어로 ‘박상하’가 있습니다. 리그 최고참격인 박상하는 이번 시즌 KB가 결정적인 승리를 할 때마다 ‘속공’과 ‘블로킹’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박상하는 KB의 맏형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코트에서 양팔을 벌리면 하는 ‘게임 엔딩’ 세리모니가 나오기 시작하면 결국 팀이 승리하는 ‘루틴’까지 생겼습니다. 박상하의 속공, 블로킹이 얼마나 나올까요. 그의 득점이 쌓일수록 KB승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차전을 전망하는 여러 스포츠 매체는 모두 ‘대한항공’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차전을 기점으로 대한항공이 달라졌단 것을 배구계가 인정하는 분위기죠. 1차전을 대패한 뒤 대한항공 선수들은 별도 모임을 가졌다죠. 고참 선수들은 “아직 우리 봄이 오지 않은거다”라면서 후배들을 독려했다는데요. ‘봄배구’의 절정으로 향하는 팀이 오늘 탄생합니다. 경민대체육관은 어느덧 배구의 새 메카가 됐습니다. 임시 홈코트로 쓰고 잊기엔 너무 아쉬운 KB는 챔프전도 이곳에서 치르길 바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