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할 뻔 한 양키스타디움에서의 첫 만남.

오프시즌 양키스 팬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데빈 윌리엄스가 양키 유니폼을 입게 된거죠. 윌리엄스는 지난 시즌까지 밀워키 브루어스의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리그 톱클래스 클로저로 꼽힙니다. 그가 던지는 체인지업의 구종가치는 최상위로 평가 받죠. ‘데블스 체인지업’ 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양키스 마무리 투수는 클레이 홈즈였습니다. 양키 팬들은 홈즈의 9회를 ‘악몽’으로 기억하는 날이 많았죠. 홈즈는 이제 메츠 유니폼을 입고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꿨습니다. 데빈 윌리엄스는 최근 양키 클로저 중 가장 강력한 마무리 투수로 평가 받습니다. 2020년 이후 200이닝을 던진 투수 가운데 데빈 윌리엄스는 방어율 2위에 올라 있습니다.
28일(금) 양키스타디움에서 치른 개막전 상대가 공교롭게도 전 소속팀 브루어스였습니다. 양키스는 4-1로 앞선 채 9회를 맞았습니다. 3점의 여유를 안았지만 양키는 데빈을 마운드에 세웠습니다. 그가 양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자 팬들 환호가 터졌습니다. 턱수염까지 기른 모습이 쇼킹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부터 양키스 선수도 턱수염을 기를 수 있습니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커터’로 양키 수호신이 됐습니다. 팬들은 데빈이 ‘체인지업’으로 양키의 게임을 지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빈은 팬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게 됐죠. 9회 상황이 그럴만도 했습니다.
9회 브루어스 선두타자는 조이 오티즈였습니다. 데빈의 볼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면서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습니다. 볼은 흩날리는 듯 힘이 떨어져보였죠. 2스트라크 2볼 상황에서 좌타자 오티즈가 툭 밀어친 타구는 안타가 됐습니다. 선두타자 출루.
브루어스는 대타를 냈습니다. 통산 18타수 2안타를 친 아이작 콜린스였습니다. 커리어 세 번째 안타는 이날 9회에 터졌습니다. 치는 순간 ‘홈런’이겠다 싶을 정도의 큰 타구가 우측 펜스 앞까지 날아간 2루타가 됐습니다. 노아웃에 주자는 2, 3루. 이제 안타 하나면 게임은 3-4 터프한 상황이 되는거죠.

다음 타자는 제이크 바우어스. 데빈은 계속해서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역시나 슈퍼스타들의 양키 유니폼 적응은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바우어스는 볼넷을 골라 출루했습니다. 무사 만루가 됐죠.
공 14개를 던진 동안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나오지 않자, 이젠 야유가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브라이스 튀랑을 상대하면서부터는 직구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진거죠. 그런데 직구도 계속 뜹니다. 악력이 빠졌단 의미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겁니다. 클로즈업된 데빈 얼굴이 창백해 보였습니다. 던진 공이 볼 판정이 날 때마다 양키 팬들이 내뱉는 야유 데시벨이 엄청 커져갔습니다. 결국 튀랑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았습니다. 점수는 4-2. 그래도 드디어 원아웃을 잡았습니다.

1사 1, 3루에서 브루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잭슨 츄리오를 만났습니다. 조 벅 ESPN 캐스터가 “가장 위대한 마무리 투수도 어떤 날에는 스트라이크 하나 던지는 것 조차 힘든게 ‘야구’”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상적으로 들렸습니다. 츄리오를 상대하면서부터 조금씩 체인지업 제구가 말을 듣기 시작합니다. 풀카운트에서 결국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이제 자신감을 찾기 시작합니다. 데빈은 아주 빠르게 양키 유니폼 울렁증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이젠 2아웃에 크리스찬 옐리치가 타석에 섰습니다. 어느새 야유가 사라졌습니다. 이 세상 가장 인내심 없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그러운 야구팬이 양키팬이죠. 데빈은 완전히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이제 구종 선택은 모두 체인지업이 됐습니다. 2스트라이크가 되자 모든 양키 팬이 기립합니다. 데빈은 이날 라스트 피치로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체인지업을 기다린 옐리치 방망이가 반응하면서 스윙 삼진이 됐습니다. 포수 오스틴 웰스가 마운드로 뛰어가 데빈을 꽉 안아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데빈의 양키 데뷔전에서 1이닝 동안 공 36개를 던졌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출전한 경기에서 27개 이상의 볼을 던진 적이 없었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을 데뷔전이 됐을겁니다. 양키스는 29일(토) 하루 휴식을 취했습니다. 데빈은 30일(일) 게임에도 등판이 가능합니다. 그는 이제 완전히 적응을 마친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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