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이야기

[MLB] 자이언츠의 'Mr. 클러치', 윌머 플로레스(Wilmer Flores)

contentory-1 2025. 4. 14. 16:43

 

자랑스런 이정후 선수가 양키스타디움에 우뚝 섰습니다. 이정후는 양키스와의 시리즈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리면서 양키 팬들에게 ‘침묵’을 선물했습니다. 이정후가 소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1승 4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저스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올라있습니다. 팀은 타선보다 마운드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정후를 앞세운 타선의 힘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정후와 함께 자이언츠 타선을 이끄는 선수는 윌머 플로레스입니다. ‘스타플레이어’이기 전에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플로레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토요일 양키스와의 게임에 나선 플로레스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2000번째 타석을 소화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오래도록 자이언츠의 주전 선수로 활약할 것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플로레스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나는 옵션이 딸린 2년짜리 계약을 맺고 시작했을 뿐인데...”라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말했습니다. 그는 고참급 선수입니다. 올해로 33세입니다. 빅리그 경력은 11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만큼 그의 이름이 스포츠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플로레스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14일 현재 55타석을 소화한 그는 홈런을 6개나 쳤고 19타점을 올렸습니다. OPS는 .863입니다.

“겨우 그 정도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름에 새겨진 기대감이 오타니 쇼헤이, 후안 소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였다면 글의 내용은 달랐을겁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윌머 플로레스’입니다. 그는 수억달러를 받는 슈퍼스타가 아닙니다.

 

지난 그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이건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그는 매번 팀의 하위 타선에 이름을 올려왔습니다.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이언츠가 생산하는 득점 대부분에 플로레스는 기여하고 있습니다. 55타석을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 중에 같은 기간 19타점을 올린 선수는 2004년 베리 본즈가 유일합니다.

그는 커리어 상당 시간을 뉴욕 메츠에서 뛰었습니다. 자이언츠에서 556게임을 소화했지만 메츠에선 581경기에 나섰습니다. 2015년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 된다는 소식이 공식화했을 때, 그는 ‘시티필드’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2015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습니다. 플로레스는 샌디에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를 치르는 중에 본인이 트레이드 된다는 소식을 관중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수비에 나서며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그의 ‘성품’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이 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신체검사 과정 중에서 발견된 카를로스 고메즈에 대한 의학적 소견 때문이었습니다. 해프닝이 있고 이틀 뒤, 플로레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습니다. 메츠 팬 모두가 그를 향해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그는 ‘팀에 헌신하고 이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입니다. 자이언츠의 밥 멜빈 감독은 “플로레스는 화려한 시즌 출발에 대해 결코 요란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단지 팀을 돕고 싶어할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자이언츠의 에이스 투수 로건 웹 “그는 내가 만난 동료 중 최고의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입니다. 그가 주전이 아닌 벤치에서 대타로 기용되어도, 10일동안 출전기회를 받지 못하다가 갑자기 경기에 투입된다고 해도 그는 항상 같은 상태입니다. 평온합니다. 감정에 기복이 없습니다. 그것을 경기장에선 성과로 보여줍니다. 우리팀 모두는 플로레스가 남은 선수생활을 오로지 자이언츠에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걸 확신합니다.” 팀동료 마이크 야스트렘스키타일러 로저스의 말입니다.

 

슈퍼스타 같은 활약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이어오지 않았지만 플로레스는 자이언츠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플로레스는 자이언츠 선수라면 누구라도 받고 싶어하는 ‘윌리 맥 어워드’를 2022년에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윌리 맥코비의 이름을 딴 상으로 그 해 자이언츠팀에 가장 깊은 영감을 준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2023년에는 23개 홈런으로 팀내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타율도 .284나 됐습니다. 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습니다.

작년은 고난의 해였습니다. 그는 수술과 함께 시즌아웃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여름, 플로레스는 오른쪽 무릎 위 대퇴사두근 힘줄 주변의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기 직전 플로레스의 타구 속도는 리그 최하위 수준을 보였습니다. 선수생활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술을 마친 뒤 플로레스는 오프시즌 때 계약 옵션을 선택해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전히 게임이 끝난 뒤에는 무릎에 얼음팩을 갖다 대면서 회복의 과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팀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플로레스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커리어 통산 13번째 끝내기 타점을 올렸습니다. 2013년 이후 기록만 놓고 보면 현역 선수 중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또 다른 한명은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클러치 능력에선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는 플로레스는 수요일 신신시내티 레즈와의 게임에선 패색이 짙은 8회말 동점 홈런을 쳐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믿고 내보낼 수 있는 견고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플레이어.” 자이언츠가 플로레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야스트렘스키는 “베테랑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가 보여줍니다. 그는 꾸준하고 침착합니다. 또 야구선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알기 때문에 그가 마주하는 타석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플로레스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통해 영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워낙 ‘프렌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테마곡도 프렌즈 주제곡입니다.

 

이제 몇 경기를 지나면 플로레스는 메츠에서 뛴 날보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가슴 한구석엔 여전히 메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메츠 팬들은 여전히 내가 시티필드에 서면 반갑게 맞아줍니다. 사랑한다면 진심으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보세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고 서로 느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이 따뜻한 선수가 이정후 선수와는 어떤 특별한 정을 나누고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플로레스의 ‘클러치 타석’을 항상 기대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