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 NBA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진행중입니다. 컨텐더로 꼽히는 팀들은 1차전 손쉬운 승리를 따내면서 왜 ‘우승후보’인지를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보스턴 셀틱스도 그랬습니다. 셀틱스는 21일 홈구장 TD가든에서 열린 올랜도 매직과의 1라운드 첫 번째 게임을 치렀습니다. 결과는 103-86, 17점차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 감독과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선수를 키플레이어로 꼽았습니다. 바로 즈루 할러데이입니다.

그가 공격적일 때 우리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다. 그의 한마디가 모든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늘 밤, 우리는 즈루 할러데이의 수비로부터 기회를 만들었고, 즈루는 팀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
조 마줄라 셀틱스 감독은 게임이 끝난 뒤 승리의 주역으로 즈루 할러데이를 꼽으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전반전은 접전을 펼쳤습니다. 보스턴 셀틱스는 1점차(48-49)로 리드를 내준 상태로 하프타임을 맞았습니다. TD가든을 꽉 채운 홈팬들은 살짝 ‘어리둥절’했습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코트를 채워갔습니다.
즈루 할러데이는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이 같이 말했습니다. 할러데이 시선에 승리에 목 마른 쪽은 매직이었습니다. 셀틱스 선수들은 그들만큼 공격적(aggressive)이지 않았습니다. 할러데이가 지적한 ‘문제’는 셀틱스 코트에 부족해 보였던 공격적인 태도였습니다.

또 다른 고참급 선수 알 호포드도 할러데이 의견에 힘을 더했습니다. “우리는 3쿼터에 나서기 전에 각성이 필요했다”면서 “즈루는 이 점을 확실하게 일깨웠다”고 말했습니다. 조용히 읊조렸지만 라커룸을 채운 할러데이의 엄중한 한마디가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팀을 바꿔놓았습니다.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우리는 승리를 위한 스위치를 켰다”라는 할러데이의 말처럼 셀틱스는 3쿼터 시작과 함께 7-0 스코어 런(Run)을 기록하면서 승기를 잡아갔습니다.
알 호포드는 게임이 끝난 뒤 “할러데이가 승리의 주인공”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포드는 “그는 이런 큰 게임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알고 있다”면서 “보이지 않는 힘을 작용시켜 팀을 변화시킬 줄 아는 선수”라고 했습니다. 제일런 브라운은 “내가 기억하는 즈루의 모습이 코트에서 재현됐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이 기억한다는 ‘빈티지 즈루’는 밀워키 시절 브라운을 막아 세운 그 시절의 즈루였습니다.

가드 포지션에서도 평범한 신장인 할러데이(196cm)는 이날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매직의 스코어러 프란츠 바그너(208cm)와 파올로 반케로(208cm)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디펜시브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할러데이의 악착같은 플레이에 매직은 연이은 실책을 범했습니다.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도 빛을 발했습니다. 할러데이는 이날 3개의 리바운드를 잡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페인트존에서 탭 아웃 시킨 볼들은 대부분 셀틱스의 속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셀틱스는 3점슛에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할러데이는 이 날 3점슛을 던지는 또 한명의 플레이어의 역할 보다 동료들이 3점슛을 던지게 하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5개의 어시스트를 포함해 보이지 않는 역할로 그는 온코트 마진 +15를 기록했습니다.
할러데이는 이날 여섯 번의 필드골 시도를 했을 뿐이고, 기록한 점수는 9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은 입을 모아 그를 수훈갑이라고 호평했습니다. 할러데이는 이날 공격과 수비, 코트의 끝과 끝에서 셀틱스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게임이 끝난 뒤 승리 속보를 전한 외신에선 셀틱스 3쿼터를 ‘빈티지 할러데이(vintage Holiday)’라고 묘사했습니다. 반케로와 바그너의 포스트업 플레이 매치업으로 나선 선수도 할러데이였습니다. 3쿼터가 4분쯤 흘렀을 때 할러데이는 바그너의 공을 스틸해 빠르게 상대 코트로 넘어가 3점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점수는 셀틱스에게 10점차 리드를 안겨줬고 매직은 타임아웃을 요청했습니다. 이 때 할러데이가 큰 소리로 포효하는 장면은 동료들에게 승리를 향한 공격적인 태도를 더욱 끌어올리게 했습니다.
넘치는 스웨그(swag)와 트래쉬 토크가 난무하는 NBA코트 위에서 할러데이는 점잖은 선수로 꼽힙니다. 그런 그가 우렁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은 낯설 수 밖에요.
“오늘은 플레이오프잖아요. 그것도 1차전입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란 뜻이죠. 체육관에 에너지를 선수들이 느껴야 합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할러데이를 우려하는 평가도 적지 않았습니다. 슈팅 효율이 떨어진 점, 클래식한 지표들의 감소, 때때로 보이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하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할러데이는 지난 시즌 셀틱스가 우승할 때 팀에 기여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2023-2024 셀틱스의 우승 여정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할러데이는 이 때 플레이오프 라운드마다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 우승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당시 팬들 사이에선 할러데이가 파이널 MVP 받아야 한다는 말도 있었죠. 할러데이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15.1점, 6.6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더 높게 평가 받는 건 수비코트에서였습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맞붙은 동부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에서 앤드류 넴하드에게 뺏어낸 ‘게임 위닝 스틸’은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남았습니다.

그의 나이도 어느 덧 34세입니다. 농구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신체적 능력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게 당연합니다. 할러데이는 이번 시즌 평균 11.1득점을 올렸습니다. 이 수치는 그의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습니다. 3점슛 성공률도 35.3%에 그쳤습니다. 이 또한 2019-20시즌을 제외하면 커리어 최저 수준입니다.
제일런 브라운은 시즌 중 다소 침체를 보인 할러데이의 지표를 향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마디를 했습니다. 브라운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는 너무나 다른 무대”라면서 “정규 시즌에 그가 조용했다고?? 즈루의 플레이오프 무대를 보면 다 잊혀진다”고 말했습니다.
조 마줄라 감독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즈루는 타고난 경쟁자”라고 했습니다. “그의 과묵한 성격 탓에 때론 그가 슈퍼스타처럼 비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밤을 보시라. 그가 가진 열정과 감정은 평범한 선수에게선 볼 수 없는 강점”이라고 했습니다.

셀틱스는 선수 복이 참 많은 팀입니다. 코트에 선 모든 선수가 3점슛을 던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코트의 모든 영역에서 악착같은 플레이로 상대 선수의 진을 빼는 즈루 할러데이 같은 선수도 있으니까요. 시즌 내내 셀틱스의 ‘약점’처럼 여겨지던 즈루 할러데이가 깨어난 밤. 챔프 2연패를 향한 셀틱스 서사의 첫 장면이었습니다.
'NBA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NBA] 타이리스 할리버튼(Tyrese Haliburton)의 이유있는 항변 (4) | 2025.04.23 |
---|---|
[NBA] Healthy '카와이 레너드(Kawhi Leonard)'의 Fun Day (2) | 2025.04.22 |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화려한 조연, 지미 버틀러(jimmy Butler) (2) | 2025.04.17 |
[NBA] 2025 정규시즌 마지막 날 (feat. 플레이오프 대진표 완성) (0) | 2025.04.14 |
[NBA] 보스턴 셀틱스 플레이오프의 열쇠,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0) | 2025.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