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 이야기

V리그, 차갑게 식어버린 3월 배구 코트

contentory-1 2025. 3. 11. 16:37

 

3월은 ‘봄배구’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야 하는데 지금 V리그 코트는 휴식기나 다름없습니다. 왜냐구요? 너무 재미없으니깐요. 팬들이 경기를 찾아 볼 매력도 없고요.

 

순위 경쟁이 일찌감치 정리된 탓이 크죠.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가려진지 오래됐습니다. 그나마 경쟁 의지가 있는 부분은 남자부 KB손해보험 스타즈대한항공의 2위 쟁탈전인데요. 하지만 여기도 사실상 KB가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입니다. 두 팀간 승점차이는 단 2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잔여경기 성적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죠.

 

하지만 대한항공의 상태는 말이 아니죠. 주포로 뛰어야 할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결국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대체 선수로 영입한 카일 러셀은 13일이나 되어야 코트에 설 수 있습니다. 국대 세터 한선수도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어려운데 그를 대신할 유광우 선수도 노쇠화에 체력의 한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정지석, 김규민, 정한용, 이준 등도 컨디션 저하로 매 게임 실망스럽죠.

어쨌든 이 두팀을 제외한 모든 팀은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없는 상태입니다. 조기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한 여자부의 흥국생명, 현대건설, 정관장은 최근 모든 경기에 1.5군에 해당하는 후보 선수들이 코트에 나서죠.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 GS칼텍스는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경험이 적었던 어린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르고요. 남자부도 사정은 거의 같습니다. 그러니 경기장에서나 TV로 게임을 보는 팬들은 재미가 없을 수밖에요.

 

당장 오늘밤 흥국생명페퍼저축은행의 경기가 펼쳐지는데요. ‘김연경의 은퇴투어’라는 타이틀이 걸렸지만 광주에서 열릴 이 경기는 매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연경 선수가 앞선 경기들에서도 잠시 교체선수로만 나왔던 걸 감안하면 오늘도 벤치에 내리 앉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팀이 승리할거 같냐고 묻는다면 많은 배구팬은 페퍼저축은행을 꼽을 겁니다.

 우승을 향한 도전에 앞서 주요 선수들에게 휴식을 보장해주는 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주구장창 쉬기만 하다가 게임의 감을 잃어버리면 또 어떻게 하나요. 시즌은 한참 진행 중인데 스타 플레이어 한명 출전하지 않는 경기의 티켓을 돈 주고 사야 할까요.

 

얼음장 같은 코트는 본격적인 봄배구가 시작되면 달라지겠죠. 푹 쉬다가 돌아오는 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갖춰 팬들 앞에 서주길 바랄뿐입니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