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월요일 NBA올스타전이 열렸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전 보다가 말았습니다. 어디서 하는지도 중계화면에 샌프란시코 글자를 보고 나서야 알았죠. 올스타 전야제인 일요일엔 덩크 콘테스트, 3점 슛 대회도 진행했죠. 전 가족들과 여기저기 다니느라 올스타 이벤트도 건너뛰었습니다.
전 NBA 광팬입니다(헤비 덕질러입니다). 그런 제게 NBA 올스타 위크가 주는 재미와 설렘이 없어요. 더 솔직해지자면 거의 없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는 수준. 왜냐!? 재미가 없어요. 너무 재미없습니다.
중학교 시절, 이 때 NBA올스타전들 오래 기억에 남아있죠. 농구에 대한 애정을 키운 씨앗이 된 거 같은데...
조던과 코비가 한 코트에 선 장면, 케빈 가넷의 앨리웁 덩크도 그랬고. 빈스 카터의 덩크 콘테스트도 빠지지 않겠죠.

왜 이리 재미없을까.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일단, 경쟁이 없어요.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지세요? 우당탕탕 공격하는 선수가 달려오면 수비하는 올스타들은 길을 열어줍니다!!! 호쾌한 덩크가 이어지지만 감흥이 없어요. 하프코트 근처에서 3점슛을 마구 쏘아댑니다. 어쩌다가 한 두개 들어가죠. 막 던지니까요. 이젠 인상적이지도 않는데.

저희 가족들도 스포츠 매니아입니다. 특히 야구요. 저희는 서로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입고 매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생중계로 시청합니다. 이날 하루 연차까지 써가며 올스타전을 보는 이유!?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어요.
왜 재미있을까.
경쟁이 있어요.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지죠(물론 게임 자체를 승리하겠단건 아니고요). 이건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에 때문이기도 한데요.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투수와 타자의 1대1 대결에서 시작하죠. 올스타 투수는 한 이닝 10~15개의 공만 던집니다. 타자도 기껏해야 한, 두 타석 들어서죠. ‘전력투구’, ‘전력타격’에 들어섭니다. 선수들 간 자존심도 걸려 있는데다 전국 중계로 일종의 쇼케이스. 나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광고시장인 셈이죠. 올스타전 단 10개의 피칭 때 보여주는 구속이 정규시즌보다 더 나올 때면 ‘와’ 소리 나오죠.


평소 미국 프로스포츠에 대해 제가 갖는 생각이 있는데요. 단순 스포츠와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한 순전한 육체와 정신력의 경쟁이 아니죠. 거대한 비즈니스입니다. 초대형 애슬레틱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려면 ‘스토리’가 필요해요.
“야야~ 누가 누구랑 싸웠대매” “쟤가 뉴욕서 손가락 욕을 했는데 올스타전 장소가 하필 뉴욕” “쟤네둘이 치고 받고 했는데 이번 올스타전서 같은 팀이 된다고?”
이야기가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오죠. NBA 올스타전엔 이런 예고편이 전혀 없죠. 스포츠에 경쟁이 없으면 흥이라도 있어야죠. 요즘의 NBA 올스타전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휴가기간 정도에 불과한 거 같아요.
애덤 실버 NBA총재도 이 점을 잘 알죠. 방식의 변화를 계속 줍니다. 매년 바꿉니다. 작년엔 어떤 방법으로 올스타전이 열렸는지, 재작년은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죠. 물론 고인물을 퍼내고 새 물을 담아야 할 때도 있죠. 하지만 거대한 나무는 있는 그대로 존재감이 느껴지죠. 스포츠의 거대한 나무는 결국 경쟁과 스토리가 아닐까요.
동부 vs 서부. 심플하고 좋죠. 여기에 경쟁의지를 불태우게끔 유인책을 줘야죠. 전처럼 파이널 홈 어드밴티지도 좋고, 향후 올스타 개최지역을 거는 것도 좋고. 매번 LA,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에서 올스타 축제가 열리면 뉴욕, 보스턴 팬들이 반응하겠죠.
스토리도 좀 준비해주세요. 일종의 조미료죠. ‘웸비(외계인)의 코트 침공’ ‘요키치의 신대륙(미국) 정복.’ 스타워즈 오마쥬해서 1분짜리 영상 광고 만드는 그런거라도...

이번 올스타전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단 하나였습니다. 케이드 커닝햄이 덩크를 하려는 순간 뒤에서 빅터 웸반야마(Victor Wembanyama)가 블로킹한 순간입니다. 이걸 보면서 우리는 “웸비는 올스타전에 진심 같어”라고 했죠. 이게 재미 같아요.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는거요. 웸비는 올스타전 이후 인터뷰에서 “올스타전 포맷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올스타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나는 오늘 (올스타전 코트에서) 100% 열심히 뛰는게 가능하다는걸 느꼈다.”라고 했습니다. 농구팬으로서 이 신인의 말이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합니다. 진심으로요..
실버 총재님. 그들이 경쟁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람들이 스트리밍을 재생하고 싶은 이야기도 덧붙여서요. 팬들이 언제까지 2001 올스타전을 다시보기 하며 썩은 눈을 치료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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