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시작하는 화요일입니다.

두산 베어스는 대전을 방문해 한화 이글스와 시리즈를 치릅니다. 눈에 띄는 건 베어스 선발투수입니다. 모처럼 콜 어빈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어빈은 빅리그 경험이 비교적 긴 편이었습니다. 2021~202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발투수로 뛰면서 꽤 괜찮은 성적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후 더 성장하지 못했고 빅리그에서 생존하지 못했습니다. 시즌을 맞기 전 야구계에서 어빈은 ‘핫템’이었습니다. 압도적인 구위로 시범경기를 뛴 그를 두고 야구 전문 유튜브에선 “왜 KBO에 왔을까”란 의문을 던졌습니다.

어빈은 에릭 페디나 카일 하트처럼 KBO무대를 발판삼아 빅리그 재진입을 노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규 시즌 압도적인 성적을 기대한 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퍼포먼스는 예상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범경기에선 2~3이닝 짧께 끊어 던졌지만 정규시즌에선 5이닝 이상 투구수가 늘었고 이로 인해 약점이 쏟아졌습니다. 어빈은 현재까지 5승 5패 방어율 4.2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팀의 에이스라기엔 모자람이 있는 성적표입니다.
어빈의 더 큰 문제점은 따로 있습니다. 그의 인성과 태도입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합에서 박병호 선수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이 장면을 여러번 돌려본 베어스 팬들조차 “쟤(어빈) 왜 저러나”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달 12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잠실에서 펼쳐진 NC다이노스 전에 등판한 어빈을 교체하기 위해 박정배 코치와 양의지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갔습니다. 어빈은 둘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두 사람 사이를 어깨로 밀치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습니다. 성격이 예민한 것과 불량스런 태도는 분명 다른 것입니다.
KBO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외국인 선수들은 한결같이 팀과 동료를 사랑했고 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SK와이번스를 거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에이스급 투수가 된 메릴 켈리는 “KBO에서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한국에서의 시간을 기억합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오래 뛴 데이비드 뷰캐넌은 대구 팬들의 뜨거운 사랑 때문에 미국으로의 복귀를 끝까지 망설였습니다. LG트윈스 우승에 누구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린 케이시 켈리와 오스틴 딘도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꼽힙니다.
어빈이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쌓고 빅리그 재진입을 노린다면 먼저 이 리그를 존중하고 동료를 아끼는 태도부터 가다듬어야 하지 않을까요.

12일 사건 이후 어빈을 향한 팬들 여론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 됐습니다. 어빈은 2군으로 가지 않고 1군에서 조정 기간을 가졌고, 10일 등판이 확정됐습니다. 조성환 감독 대행은 “데이터팀에서 여러 가지 디테일한 체크를 했다. 본인(어빈) 요청으로 라이브 피칭도 이어갔다”고 했습니다. 베어스는 어빈의 활약을 끌어내기 위해 특별관리를 해온 것입니다. 사실 이 같은 관리보다 그의 멘탈리티를 제대로 잡아주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텐데요.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베어스 팀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태입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팀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팀과 팬들은 어빈의 에이스급 피칭이 살아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여름에 중위권 싸움에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어빈과 베어스를 맞아 이글스는 라이언 와이스가 선발투수로 나섭니다. 와이스는 팀 동료 코디 폰세와 함께 우리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로 자리잡았습니다. 13경기 7승 2패 방어율 3.36을 기록 중입니다. 상승세를 탄 이글스가 강력한 선발투수를 앞세웠습니다. 경기가 열세에 몰리면 어빈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어빈은 승패보다 더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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