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이야기

[NBA]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 뉴욕 닉스 vs 인디애나 페이서스

contentory-1 2025. 5. 27. 15:11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뉴욕 닉스가 맞붙은 2025 NBA 동부컨퍼런스 결승전은 한 마디로 ‘스릴러’입니다. 누구도 이 시리즈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스토리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6일, 페이서스의 홈코트 게인브리지 필드하우스에서 컨퍼런스 결승 3차전이 열렸습니다. 이 게임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흘러가는거 처럼 보였습니다. 페이서스는 경기 내내 닉스를 압도했죠. 3쿼터가 끝난 순간까지는 그랬습니다.

 

최종 스코어 106-100. 뉴욕 닉스역전승을 따냈습니다. 게임을 시청하다가 도중에 끈 어떤 이가 “시리즈가 너무 기울었어. 스윕으로 끝나겠어”라고 말하길래 “무슨 소리야? 닉스가 이겼는데”라고 답했습니다. 대답을 들은 이가 피식피식 웃으면서 “거짓말 하고 있네”라며 스코어를 확인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게임을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표정은 비슷했을겁니다.

이 시리즈는 드라마나 영화 대형 콘서트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1차전에는 4쿼터 종료 직전 극적인 반전이 있었죠. 페이서스는 17점차를 극복했습니다. 타이리스 할리버튼은 ‘3점 라인터치 버저비터 슈팅’과 ‘초크 세리머니’로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명장면까지 더했습니다.

 

2025년 플레이오프에서 20점차 이상의 경기가 뒤집어진게 벌써 6차례나 됩니다. 뉴욕 닉스는 보스턴 셀틱스와의 시리즈에서 2번, 페이서스를 상대로 1번 20점차 이상을 극복하고 승리했습니다. 페이서스는 밀워키 벅스와의 시리즈에서 1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상대로 1번 대역전승에 성공했죠. 게다가 닉스는 1998년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20점차이로 지고 있던 3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한 유일한 팀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그 어떤 리드도 안전하지 않다’는걸 보여줍니다. 제일런 브런슨은 3차전이 끝나고 “그 어떤 예측도 하지 마시라”고 말했습니다. ESPN 등 외신은 닉스의 3차전 승리요인 중 하나로 로스터 변경을 꼽습니다. 닉스는 조쉬 하트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미첼 로빈슨을 포함시켰습니다. 세컨 유닛에선 캐머런 페인 대신 델론 라이트랜드리 샤멧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바뀐 선발 라인업은 제일런 브런슨-미첼 로빈슨-칼 앤서니 타운스-미칼 브리지스-OG애너누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 5명이 코트에 섰을 때 닉스의 스코어 마진은 무려 +50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닉스는 전반전에 20점차로 끌려갔습니다. 3쿼터 2분여가 남았을 때도 스코어는 여전히 15점차로 승리 가능성은 희박해보였습니다. 로스터 변화도 별 소용이 없게 느껴질 때쯤, 코트에 큰 변곡점이 찾아옵니다. 페이서스의 애런 네스미스가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한 것입니다. 게임장 분위기와 기세가 달라지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네스미스는 3쿼터 6분여를 남겼을 때 라커룸으로 떠났다가 게임 종료 7분여를 남기고 다시 코트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절뚝거렸습니다. 슈팅 효율성과 브런슨을 막아서는 수비 강도도 현저히 떨어져버렸습니다.

릭 칼라일 페이서스 감독은 “그런 선수를 잃는다면 게임을 끝내는 우리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변명을 필요 없다. 우리는 리드를 잃었고 우리가 필요한만큼 해내지 못했다”고 자책했습니다.

 

닉스의 주포 제일런 브런슨은 이날 23득점을 올렸습니다. 평소보다 저조했습니다. 이른 파울트러블에 걸린 탓입니다. OG애너누비는 16점, 미칼 브리지스는 15점을 더했습니다. 페이서스의 할리버튼은 20득점을 올리면서 공격을 이끌었지만 칼라일 감독 말처럼 필요한 만큼 해내진 못했습니다. 마일스 터너도 19득점을 보태며 분투했습니다.

이 게임 주인공은 칼 앤서니 타운스입니다. 타운스는 대체로 이번 시리즈에서 “효율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차전에서는 승부처에서 코트 대신 벤치에 앉았습니다. 타운스는 3차전에서도 고전했습니다. 3쿼터가 끝날 때까지 8개의 슈팅 중 2개만 성공시켰을 뿐입니다. 수비에선 주요 표적이 된 탓에 움직임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네스미스가 코트를 떠난 순간부터 닉스도 타운스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타운스는 4쿼터에만 20득점을 퍼부었습니다. 9개를 던진 슈팅 중 6개를 성공시켰습니다. 여기에 3점슛도 3개나 터트렸고 8개의 리바운드도 더했습니다. 그는 게임을 완전히 바꾼 주연이 됐습니다.

타운스는 “팀 동료들 도움이 컸다. (내가 공격을)잘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게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회를 활용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 역전승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했다”고 자평했습니다. 다만, 악재도 있습니다. 경기가 다 끝날 무렵 타운스는 무릎을 움켜잡고 있었습니다. 종료 38초쯤을 남긴 상태에서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이 부상이 시리즈에 또 어떤 파도를 몰고 올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톰 티보듀 닉스 감독은 이 상황을 크게 걱정하진 않는 눈치입니다. 그는 “우리 의료팀은 리그 최상위를 자랑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강인하다. 플레이오프에선 육체의 강인함보다 정신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서스는 4쿼터에 매우 부진했습니다. 팀은 19개의 슈팅 중에서 단 5개만 성공시키는데 그쳤습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게임 종료 23초를 남긴 순간에 나왔습니다. 이 때 페이서스는 리드를 되찾아올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포제션에서 마일스 터너는 공을 받자 마자 3점슛을 던졌습니다. 좀 많이 멀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28피트). 샷클락은 9초나 남은 상태였습니다. 성급한 결정이 결국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제일런 브런슨은 “시리즈를 보라. 양팀 모두 버저 울리는 그 순간까지 격렬하게 다툰다”고 했습니다. 또, “페이서스 플레이에 더할 수 없는 존경을 표한다. 우리도 우리 스타일대로 닉스의 농구를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점차 뒤진 경기를 뒤집으며 반격에 나선 닉스. 하지만 페이서스는 여전히 시리즈를 앞서고 있습니다. 이 게임이 끝나고 칼 앤서니 타운스 “단판 승부 아니다. 시리즈다. 우린 아직 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리즈가 어떤 결말에 이를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매 경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도 만들어집니다. 4차전에선 또 어떤 주인공들이 새로운 막을 열까요. 4차전 게인브리지 필드하우스 좌석 티켓을 확보한 팬들이 그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