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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선즈, 떨어지는 태양

contentory-1 2025. 2. 28. 18:49

이렇게 슬픈 ‘슈퍼팀’이 또 있을까요.

이 팀 팬은 매일 밤 좌절합니다. 오늘밤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슈퍼스타 3명이 코트에 동시에 서서 승리를 가져올 것 같지만 승리보다는 패배가 익숙해진 팀. 피닉스 선즈 입니다.

28일(금)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NBA시즌 피닉스 선즈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경기에서 선즈는 124-116으로 패했습니다. 선즈의 최근 상황을 전하라면 ‘오늘 또 졌습니다’란 표현을 계속 ‘crtl + v’하면 됩니다. 최근 10게임에서 2승 10패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선즈에는 레전드 플레이어 케빈 듀란트가 건재하고 미국 국가대표팀 드림팀 멤버로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데빈 부커도 전성기 나이대에 있습니다. 여기에 올스타급 공격수 브레들리 빌까지. 이름만 놓고보면 지금 당장 컨퍼런스 파이널 경쟁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컨퍼런스 1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 듀란트의 헌신에도 힘든 승리의 길

듀란트는 최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승리에 대한 의지’ ‘소속팀을 향한 이타적인 마음’을 표현해가며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선즈에겐 위닝 멘털리티가 몹시도 부족합니다.

듀란트는 최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이적설이 유력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죠. 이를 두고 27일 인터뷰에서 속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선즈)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면서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헌신하고 싶고, 끝까지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듀란트는 피닉스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고 하죠. 또 듀란트는 “(워리어스로의 이적은)선즈와 워리어스 두 팀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두 팀 모두 미래(여러 유망주 선수들)를 담보로 협상에 임해야 했을테니까요.  

듀란트의 많은 나이가 선즈의 승리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팬은 없겠죠. 그는 평균 26.9득점을 기록중이고 3점슛 성공률은 40%를 넘으며 최근 어떤 시즌보다 팀에 안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듀란트 마저 오프 시즌에 트레이드 된다는 루머가 기정 사실처럼 나오고 있으니 선즈는 갈수록 한숨만 나오는 상황입니다.

# 선즈의 문제는 수비가 아닌 공격?

많은 매체에서 선즈의 약점으로 수비를 꼽죠. 선즈도 당연히 듀란트와 부커, 빌을 동시에 코트에 세울 때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받을 것이란 생각을 안했을리 없을겁니다. 하지만 이 세 선수가 실점하는 것 그 이상으로 득점을 해줄것을 기대했을텐데요. 아쉽게도 수비보단 고장난 공격력이 문제 같습니다. 선즈가 패하는 게임 대부분은 4쿼터 접전 상황에서 승부의 무게추가 기울어져 버립니다. 당장 오늘 펼쳐진 펠리컨스와의 게임도 3쿼터까지 근소한 점수차로 앞서다가 4쿼터에 역전을 허용하고 극복하지 못했죠.

상대의 득점을 막는 것을 기대하기 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하는 스쿼드가 힘을 내지 못하는게 문제라는 겁니다.

데빈 부커는 올 시즌 평균 26.4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4시즌 중 득점이 제일 저조하죠. 물론 톱클래스 공격수들이 둘이나 있으니 평균 득점이 다소 떨어질 순 있습니다. 최근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는 항목이 ‘온코트 마진’이죠. 선수가 코트에서 플레이할 때 팀 득실점 마진을 말하는 지표인데, 부커는 선즈의 주선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중입니다. 즉 수비할 때 더 악착같이 하던지, 아니면 득점을 더 올려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벤치 플레이어로 역할을 바꾼 브레들리 빌은 상황이 더 심각해요. 온코트 마진은 -4.1점. 즉, 빌이 코트에 서면 선즈는 -4점을 안게 된다는 의미죠. 빌이 올리고 있는 시즌 평균 18.0득점은 2016-17 시즌 이후 최저기록 입니다. 큰 기대를 품고 영입한 빌이 그야말로 생산성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됐습니다. 이를 뒤늦게 안 선즈는 빌을 트레이드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트레이드 거부 조항 때문에 실패했죠.

지금에 와서 어떻게 수비 퍼포먼스를 개선할 수 있겠습니까. 미친듯이 득점을 올려야 하는게 부커와 빌이 온코트 마진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팀의 승리 방안입니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애틀란타 호크스와 밀워키 벅스 헤드코치를 역임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선즈에서는 시즌 후반기를 향하는 지금까지도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요. 결국 그는 유능한 코치가 아니었던걸까요. 아니면 선즈는 누가 맡아도 답을 낼 수 없는 팀인걸까요.

팀명이 상징하는 건 애리조나의 태양이 화려한 일출보다는 쓸쓸한 일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선즈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를 연이어 상대하는데요. 승리가 쉽지 않아 보이는 건 저 뿐만은 아니겠죠.